2024년 2월 16일 금요일 시작했던 했던 영어 스터디는 10월 중순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약 8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시간과 구성을 여러번 바꾸면서 진행했다. 지금은 매주 월, 수, 금 아침 7시 30분부터 30분동안 진행한다. 인원이나 구성이나 여러가지가 바뀌면서 당분간 계속 운영되지 않을까 싶다.
스터디를 하며 어떤 날에는 에너지가 많이 오르기도 했다. 영어는 평생 숙제 같은건데 이걸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계속 하고 있다니 스스로 대단하게 느끼기도 했다. 실력도 많이 늘었다. 초반보다 훨씬 영어로 말하는 데 자신감이 붙어서 아주 뿌듯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를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 싶었다. 나의 자기 효능감을 위해 쓰는 글이기도 하다.
관심사 기반의 토론과 대화
방식은 계속 바뀌어왔다. 초반에는 논쟁적인 주제를 정하고 모임 전에 찬/반 파를 배정해줬다. 그러면 모임에서 내 실제 의견이 어떻든 찬성이나 반대 논리를 펼쳐야하는 것이다. 내 실제 의견과 달라지는 점 때문에 토론이 좀 어렵다고 느끼고 나서 특정 주제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내놓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스터디는 나를 포함해 네 사람으로 구성되어있다. 우리는 비슷한 백그라운드를 가졌다. 우리는 토스라는 회사를 다니는 중이거나 거쳐왔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거나, 소프트웨어 제작에 참여하거나 둘 중 하나다. 관심사도 비슷하고 해외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창업가면서 스타트업 씬에 계속 있고 싶은 사람이다. 과거에는 영어를 쓰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회사를 다니면서 외국 커뮤니티와 영어를 쓸 수 있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었다.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꺼낸 주제가 관심사와 일치하는 게 많았다. IT 스타트업, AI, 기업가 정신, 제품 공학 같은 것들이다. 거기서 파생되어서 제품 윤리, 일터의 일하는 방식, 서울과 미국에서의 생활 등 확장되다가 나중에는 더 어렵고 재밌는 주제로 바뀌기도 했다. 가령 “기후의 문제를 IT 업계 종사자들이 해결한다면 어떻게 해결할까?”, “쿠팡의 로켓배송에 비윤리적인 부분이 있을까?”, “우리가 아주 오래 살텐데, 누구나 자기 사업을 시작해야할까?” 등이다. (그동안 나눈 토론 주제는 글의 맨 아래에 붙여두었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주제는 3월에 진행한 “Does the change in the job market due to automation and AI increase the necessity for universal basic income?”이다. 자동화와 AI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높일지에 대해서 토론했다. 얘기를 하다가 우리가 만약 기본소득을 받는다면 무엇을 할건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어떤 친구는 사업을 할거라고 했고. 나는 돈이 안 되지만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거나 공부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샘 알트만이 YC에 있을 때 시작한 Open Research Lab의 기본소득 연구 결과 일부를 메시지로 나누기도 했다. 이 연구는 800억을 투자하며 기본소득을 받는 그룹과, 안 받는 그룹을 나눠 결과에 대해 분석한 연구다. 해당 연구 결과의 요는 다른 변화는 크게 없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자녀 양육에 대한 시간도 기본 소득을 받는 실험군이 더 적었다고 한다. 몇가지 긍정적인 면도 있었는데 기본소득이 고등교육과 기업가 정신에 대해서는 양의 상관성이 있었다고 한다.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이 아닌 사람들보다 더 도전하게 된다는 거다. 우리가 얘기한 것과 이어져서 더 재밌게 느껴졌다.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철학적인 주제까지 넘어가는 대화의 과정, 그 과정에서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꺼내는 과정을 스터디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참 반갑고 즐거운 것 같다.
함께하기
지난 8개월간 영어 스터디가 왜 의미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함께하는 것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어서 였던 거 같다. 그러면 “함께”는 뭘까? 이 단어는 두 가지의 사전적 정의가 있다. ‘한꺼번에 같이’ 또는 ‘서로 더불어’.
함께하는 건 모두가 꼭 같은 방향만 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서로 다른 관점을 이야기 하고 너와 나의 다른 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다름을 통해 분열되고 확장되고 통합된다. 같은 글을 읽어도 어떤 사람들은 동의하고 반대한다. 별로라고 느끼는 글도 다른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글이 되기도 한다.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의견은 다를 수 있다. 주제에 대한 생각도,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그렇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기 때문에 서로 다르다. 우리 스터디에서는 그 다름을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표현하고 그걸 잘 듣고 내 생각은 어떤지 표현한다. 그걸 통해서 또 사고가 확장되기도 한다. 어떤 면에선 예술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이 사람들은 내게 의미있는 사람들이 되었다. 영어 공부와 관련된 내용이 있다면 생각나는 사람들. 그것 자체가 주는 의미도 나에게 큰 것 같다. 이제는 손에 잡히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고 그걸 도와주는 든든한 동지 같은 것이다.
같이 하다보면 안 하거나 못 하는 상황에 놓이는 사람을 서로 끌어줄 수 있다. 스터디에 안 나왔을 때 아침에 전화할 수 있고, 계속 루틴이 깨진 친구에게는 “너 지금 뭐하는거냐” 한마디 하기도 한다.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는지 서로 도와주고 알려주기도 한다.
“스타트업 투자자들도 공동창업자가 있는 회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의지하며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커리어 전환 같이 거창한 새출발에만 동료가 필요한 게 아니다. 새로운 걸 배우고 싶을 때도 같이 공부할 사람이 있을 때 학습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동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학습을 게을리 할 수 없고, 타인을 통해 다른 관점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기용 님의 <실패는 나침반이다> 라는 책을 읽다가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이 생각나 이 문장을 보내줬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꽤 유리한 구조를 만들며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
이 스터디는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모양이 애자일하게 바뀌고 있다. 지금은 아티클을 함께 읽고 토론하며 읽는 것을 익숙해지게 훈련하고 있다. 곧 영어로 글을 쓰는 것도 연습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몇주간 사는 기회도 계속 만들어보려고 한다. 같이 여행을 가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개인 목표로는 “아티클이나 대화 말로 잘 요약하기”,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말로 잘 표현하기” 두 개가 있다. 이걸 훈련할 방법을 디자인 해보려고 한다. 영어 실력 향상에 엄청나게 도움이 될 것 같다. 훈련을 어떻게 디자인 할지에 대해서는 AC2에서 많이 배웠는데, 기회가 될 때 블로그나 유튜브로 공유해보고 싶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한 10년 쯤 뒤에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살며 갑자기 문득 우리가 처음 밥먹었던 날을 생각하는 상상. 역삼역 4번출구 앞 담뿍화로된장에서 점심시간에 영어로 말하던 한국인 네 명. 어떤 얘기를 했는지 대화의 콘텐츠는 생각나지 않더라도 “즐거움” 이라는 감정이 분명하게 기억날 것 같다.
우리가 그동안 사용했던 토론 주제 목록
1. Work Environment and Productivity (업무 환경과 생산성)
- Work From Home vs. Office: The best setup for productivity and work-life balance.
- Should we start meetings on time or wait for late participants?
- Should we wait for people who are late in meetings or start right away?
2. Technology and Society (기술과 사회)
- In the Age of Advanced AI, is Learning to Code Still Crucial?
- Ethical Considerations in Early Growth for startups.
- What Actions Can IT Professionals Take to Mitigate Climate Change?
- Should public transportation fares be increased in South Korea?
- Transportation accessibility for people with disabilities.
- How can we improve driving culture in Korea?
- Do shared electric scooters and bikes benefit society?
- What would you do if you wanted to become the best in a completely new field?
- Should public transportation fares be increased, including senior fares?
- Should one spend time with people who are a good match or with people who are different?
3. Motivation and Career Development (동기부여와 경력 개발)
- Intrinsic vs. Extrinsic motivation - How to balance motivation in work with sustainability.
- Should we do what we love or love what we do?
- What is your favorite and least favorite part of startup culture?
- What is the most memorable feedback you've received from a colleague or boss, and how did it help you improve?
4. Startup and Entrepreneurship (스타트업과 기업가 정신)
- Does Coupang's night delivery do more good than harm?
- In the era of longevity, should everybody start their own business?
- What is your big idea?
- What are the challenges of succeeding as a startup in South Korea compared to the United States?
- Is the 52-hour workweek really necessary?
- Should the Korean government focus on developing regions outside of Seoul or improving life in Seoul?
- Is university education necessary in 2024?
5. Knowledge Sharing and Communication (지식 공유와 커뮤니케이션)
- Effective ways to transfer knowledge.
- How to write a good tech blog post.
- What is Technical Writing that Redefines Industry Standards?
- How can election participation/political engagement become cool?
6. Social Issues and Ethical Considerations (사회적 이슈와 윤리적 고려사항)
- Should public transportation fares be increased in South Korea?
- Should the Korean government focus on developing regions outside of Seoul or improving life in Seoul?
- How to write a good tech blog post.
- What is Technical Writing that Redefines Industry Standards?
네 사람의 영어 공부
네 명이서 영어 공부 함께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