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 타겟으로 인프런에서 디자이너를 위한 취업 관련 강의를 만들고 있다. 강의 준비하다가 갑자기 “얼른 블로그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스트를 호다닥 만들었다.


강의의 의미

2023년 1월 부터 크고 작은 실험을 하며 거의 1년 2개월동안 창업가 내지는 사업가로 조금씩 커리어 전환을 하고 있다. 공동 창업자 분들과의 에너지 레벨을 맞추느라 사이드 프로젝트 겸 강의를 만들었고, 지금은 후속 강의를 만드는 중이다.

어떤 사람은 사업하면 사업에만 집중하면 되는게 아닌가 얘기 하겠지만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더라. 특히 나만 나와서 풀타임인 경우 내가 몰입해서 일한 만큼 그들이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사이드로 내 온도를 낮추는 게 팀에게도 좋은 결정이었다. (어차피 우리는 계속 함께 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 지치거나 미워하게 되는 건 서로에게 안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또 영원히가 아닌 당분간만 이럴 걸 알기 때문에 길게 가기 위한 일보 후퇴 같은 거다. (이렇게 말해도 일을 많이 안 하는 건 절대 아님 ㅎㅎㅎ)

한편으로는 스스로도 계속 이렇게 강연이나 강의를 하는 게 맞나 싶은 고민도 맘 한구석엔 가지고 있었다. 많이 봤던 YC나 각종 창업가를 위한 영상을 보면 고객을 모객하지 않는 종류의 행위는 하면 안 되는 거라고 얘기한다. 나도 어느정도 공감한다. 왜냐면 완전 몰입하고 집중해도 될까말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래도 앞으로 1~2개월 동안은 에너지를 많이 들이지 않는 한에선 할 생각이다.

두가지 이유에서인데... 첫째는, 내 머릿속 정보는 다른 사람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디자인 실무 강의는 좋은 강의가 정말 정말 없다. 강사로 활동할만한 실무자는 현역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며 산업에 의미있는 임팩트를 끼치느라 너무 바쁘다. 요새 취업이 너무 어려우니까 절박한 마음을 이용하려는 사기꾼들도 많더라. 우연히 무슨 자격증 같은걸 만드는 사람들을 봤는데 속에서 천불이 났다.
돕고 싶은 마음도 크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힌트만 조금 주어지면 훨훨 날아가실 탁월한 주니어 디자이너 분들을 돕고 싶다.

둘째로, 링크드인에 남긴 것 처럼 나는 내가 제일 소중하다는 거다. 이전 커리어에서의 시간도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 그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든 붙잡고 싶은 어떤 집착 같은 거랄까 😂 강의로 만들고 정리하면 남에게 설명해야하기 때문에 어떤 걸 모르는지 알 수 있다. 더 구조화해서 이해되고 진짜로 내 것이 된다.

이번주에 링크드인에 남겼던 포스트 일부

원래 토스에 다닐 때도 내 시간을 부러 많이 쓰면서 회사 안의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을 했었는데, 그게 그냥 회사 밖 모든 사람들에게 흘러가는 거라고 느껴진다. 그냥 이 모든 결정이 나답다는 생각도 했다.


웬 블로그?

갑자기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빠르게 바뀌는 스스로에게 놀랐기 때문이다.

퇴사하고 딱 3개월이 지난 날인 2023년 11월에 촬영한 인프런 밋업 영상을 보니까 기분이 이상했다. 실은 좀 무서워졌다. 토스 퇴사 직후의 나와 지금 나의 디테일이 많이 달라져있다는 걸 느꼈다. 지금 하는 이야기보다 디자인 실무에 대한 디테일한 내용이 많았고, 실무자 관점에서 이야기 하는 게 보였다.

오늘의 나를 어떻게든 잘 기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 3월 말은 퇴사하고 7개월이 조금 넘은 시점이다. 오늘의 나는 열심히 창업가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뚫어내고 있는 중이다. 모르는 것도 많고 처음 하는 일도 많다.

사실 온갖 종류의 일들이 전부 처음 하는 일이다. 처음 하는 걸 어떻게 잘하겠나... 다 못하지 뭐. 그래서 불안한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재밌다. 언제나처럼 내게 주어진 일들을 무척 잘 해내고 싶기도 하고. 가끔 어떨 땐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커져서 버겁기도 하다. 그래도 솔직히 걱정은 별로 안 된다. 잘 하겠지 뭐... 그냥 오늘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살 생각을 할 뿐.

내년의 나는 이 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기대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열심히 살면서 창업가 라이프에 도움이 됐던 내용들을 잘 남겨둬야지. 미래의 나를 위해서.


이렇게 첫 글을 올려본다.

강의 준비하다가 든 생각

인프런에서 디자이너를 위한 취업 관련 강의를 만들고 있다. 강의 준비하다가 갑자기 “얼른 블로그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스트를 호다닥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