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분들은 알고 있지만, 나는 지금 Else 팀을 나와서 휴식기를 가지고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을 쉬지 않고 정말 열심히 했다. 이직 하며 쉬는 한두달 빼고는 쉰 적이 없더라.
팀을 나온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기에, 한달간은 정말 힘들었다. 일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뭔가를 자꾸 해야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달 정도 되어가는 때에도 가슴이 답답하고 해소되지 않은 것들이 아직도 많았다. 그래서 가능한 마음을 의지할 곳을 찾았다. 요가, 명상, 종교까지… 많은 곳들에 기대어 쉬다가 지금은 좀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고 느낀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다.
지난주에는 전남 보성에 있는 대원사에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3박 4일 동안의 티베트 불교 리트릿이었다. 절에 머물며 한 가지 경험이 나의 마음에 깊이 남아있어 그 이야기를 적어본다.
수련 둘째 날 아침, 스님이 “꿈에 1개월 된 아기가 매우 활발하게 놀다가 품에 안겼는데, 진흙물로 들어가 건져 주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의 높은 자살률과 안타깝게 떠난 영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에 대원사 주지 현장 스님이 “영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공양을 올려보자”며 협조해주셨고, 예정에 없던 연기 공양을 하게 되었다.
연기 공양(Smoke Offering)이란 티베트 사찰이나 야외에서 대중과 함께 액운을 막고 평화를 기원하며 향나무 가지나 청보리가루를 태우는 이벤트이다. 대원사에는 티베트 스님들이 몇분 더 계셔서 마치 티베트 사찰에서 하는 공양처럼 생생하게 체험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살한 사람들과 삶을 일찍 떠난 분들을 생각하며 기도하던 중에 올해 세상을 떠난 두명의 창업자들이 생각났다. 사실 나는 그분들의 이름을 알지 못하고 본 적이 없다. 다만 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만 건너건너 들었을 뿐이다.
창업가는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되는 직업이다.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다양한 일들을 혼자서 해결해야한다.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쉽게 마음을 놓거나 평소에 편하게 쉴 수 없는 직업인 것 같다. 1년도 안되어서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니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 불현듯 올해 초에 나에게도 왔던 공황장애가 생각났다.
공황이 온 날 새벽 1시쯤 회사 숙소에서 잠이 깼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당장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차에서 나는 죽음을 생각했다. 내가 죽으면 이 모든 괴로움이 끝날거라고. 내가 없으면 이 괴로움도 없을거라고. 집에 와서는 계속 울다가 잠이 들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차를 운전해서 가는 것 자체가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기도를 하면서, 나도 어쩌면 죽었을수도 있겠다고 처음으로 생각해본 것 같다. 나는 정말 운이 좋게 살았다. 가족들과 친구들이 나를 단단히 붙잡아줬다. 언제고 울 수 있는 품을 내어주었다. 단단한 동아줄 같은게 내 명줄을 잡아주었다.
당시에 나는 번아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글도 썼지만 사실은 나도 죽음과 멀지 않았던 것 같다. 작년 말부터 응급실에 갈 만큼 명치와 등 뒷쪽이 아픈 적이 여러번 있었다.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동네 한의원에 가보니 내 몸이 너무 좋지 않아서 아기가 생기기 어려운 몸이라고 했다. 크게 좌절하고 힘들었다. 그 뒤로도 그 몸과 마음으로 몇 개월간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면서 내 몸이 보내주는 메시지를 조금이라도 알아차리고 챙겨주고 싶었다. 조금 덜 일할 수 없을까 스스로, 또 팀과 함께 여러가지 시도를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 때 책이 나왔고, 홍보를 위해 애썼다. 결국 내가 만든 창업팀에서 나오게 됐다. 특히 여성 창업자로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과 창업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너무 속상했고 현실의 벽을 느낀 것 같다. 이 과정 자체가 내 커리어의 큰 실패 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그냥 내 몸이, 내 마음이, 또는 내 미래의 아기가 너에게 이런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걸 몇 개월에 걸쳐서 알게 됐다.
당연히 성과로 봐서는 성공적이었다. 올 상반기동안 나는 회사를 매각했고, 베스트셀러 책도 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한번도 하기 어려운 것을 올해 안에만 여러번 해냈다. 그러나 스스로 항상 더 높은 곳을 바라봤기에, 이것 자체는 당연한 것이고 더 나은 것을 찾아 가야한다는 목소리로 자꾸 나 자신을 보채고 채찍질해왔다.
최근에 내 인생 그래프를 그려볼 일이 있었다. 내 커리어의 정점일 때 마음은 늘 바닥을 쳤다. 토스에 입사해서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을때, 성과를 냈을때도 번아웃과 씨름하고 있었고, 창업을 해서 누구보다 반짝이는 성과를 내면서도 나를 돌보지 않아 마음은 사막같이 버석거렸다.
이번에 쉬게 된 것도 내 커리어의 실패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나 스스로에게 큰 실수를 한 것에는 틀림이 없다. 나를 돌보지 않았고, 꽤 오랜기간 방치해 자기 돌봄의 성을 다시 만들어가는 것도 오래 걸리리라. 그러나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한국은 사람들이 30분에 한 명씩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상한 나라이다. 한국의 스타트업에서 자살하는 창업자가 더 나오지 않길 기도했다. 스타트업 사람들이 자기를 돌보며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 내 공동창업자와 우리 팀을 위해 기도했다. 나를 위해 기도했다.
밤이 점점 깊어갔다. 풀벌레도 더 크게 울었다. 조용한 사찰에 기도하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크게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