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부터 지금까지 우리 창업팀은 실리콘밸리를 왕래하며 AI 영어회화 앱 엘스(Else)를 만들고 있다. AI 네이티브 앱이고 매우 기술 집약적인 앱이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10년 넘게 디자이너로 일하며 했던 일 중에 가장 난이도가 높고 그래서 아주 재밌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정말 즐겁게 만들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동안 AI 네이티브 제품을 만들면서 들었던 생각과 이 시대에 필요한 디자이너상, 변화될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풀어보려 한다.

 

AI 네이티브 제품이란?

먼저 AI 네이티브 제품의 정의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AI 네이티브 제품은 “AI를 쓰는 제품”이 아니라 “AI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 제품”이다.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제품이 아니다. 기존 제품에 AI 기능을 덧붙이거나, “AI-powered”라는 라벨을 붙였다고 해서 그 제품이 AI 네이티브가 되지는 않는다. 그런 접근에서 AI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며, 제품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AI 네이티브 제품은 다음 중 최소 하나를 제품의 핵심 가치로 삼는다. 첫째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Enable)이다. 즉, 과거에는 전문가만 할 수 있었던 일을 AI를 통해 누구에게나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가속화(Accelerate)이다.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훨씬 빠르게, 지체 없이 이루어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셋째는 제거(Eliminate)이다. 불필요하거나 번거로운 단계 자체를 아예 없애 사용자에게 더 직관적이고 간결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AI 네이티브 제품에 대해 두 차원에서 얘기할 수 있다.
1. AI를 사용해 디자인하기: 실제 워크플로우, 도구, 일상에서 어떻게 쓰는지
2. AI를 위한 디자인하기: AI 중심 제품을 만든다는 게 기존 제품 개발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 AI 네이티브 제품을 만들려면 뭘 고려해야 하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Designing with AI

AI를 사용해서 제품 만들기 비용은 적어졌지만, 디자인 워크플로우는 아직 통합되지 않았다.

다들 경험했다시피 2023년 ChatGPT가 대중화되며 AI의 시대가 도래했다. AI 시대가 되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시장에는 코딩 도구를 필두로 다양한 AI 도구들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제품을 만드는 비용이 (특히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적어지면서 비개발자가 바이브 코딩을 이용해 실제 동작하는 꽤 그럴싸한 앱을 만들어내곤 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대충 만든 MVP’로 버티기 어렵다. 사용자의 눈높이가 올라갔고, 제품의 완성도가 경쟁력이 됐다. 호기심을 기반으로 AI를 영리하게 활용하는 팀과 개인들도 많아졌다. 그동안 노동집약적으로 해결해야해서 어려웠던 다양한 일을 똑똑한 사람들이 AI를 레버리지 하며 해결해주고 있다. AI 덕분에 우리는 훨씬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고,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훨씬 더 야심찬 것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 하는데 있어서도 AI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제품의 그래픽 에셋이나 UX 라벨을 AI가 만들어주는 것 뿐 아니라, 유저 리서치 결과 정리, 간단한 휴리스틱에 대한 예측 정도는 아주 잘 해준다. 디자이너가 프로덕션 코드를 직접 고치며 완성도를 높이거나 마이크로 인터랙션을 Figma Make나 Cursor로 직접 구현하면서 엔지니어와 커뮤니케이션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 디자인 워크플로우를 통합하는 AI 도구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워크플로우 내에서 분절되어 AI를 사용할 뿐 전체 워크플로우를 디자인해주는 AI 도구는 아직 쓸만한 게 없다. 디자인 시스템과 데이터가 많이 쌓인 빅테크 팀들(예를 들면 국내 기업중엔 토스 같은 기업)이 디자인까지 에이전틱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 때는 디자인도 에이전트가 해줄 수 있을거라고 믿지만, 개인적으론 이 문제가 너무 어렵기에 아직 갈길이 멀다고 본다. 이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디자인 아웃풋은 직관이 크게 개입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디자인 아웃풋을 낸 모든 전제와 팀과 디자이너의 의사결정 과정이 전부 데이터베이스화 되지 않는 한 굉장히 어렵다고 본다.

Designing for AI

다음은 AI를 위한 제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설명이다. AI 네이티브 제품을 만드는 방식은 기존 방식과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해야한다. 기술적으로, 디자인 개념적으로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가장 큰 차이점은 LLM을 쓰면 결과가 항상 결정적(deterministic)이지 않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강해졌다. 기존 방식의 제품을 개발할 때는 심플하다. A라고 입력하면 A라고 항상 같은 아웃풋이 나올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LLM을 사용하면 A라고 입력했을 때 아웃풋으로 ABCD 중 하나가 나올 수도 있고 안나올 수도 있다. 이 차이점이 어려움을 만드는 핵심 이유다.

기존 디지털 제품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주도했다. 기획자가 흐름을 짜고, 디자이너가 구조를 만들고, 개발자가 화면을 구현하는 순차적 프로세스. 예컨대 전통적으로 디자인은 '템플릿을 먼저 만들고, 거기에 데이터를 채워 넣는' 식이었다. 뉴스 앱이라면 기사 리스트 템플릿을 만들고, 그 안에 콘텐츠가 들어가는 식이다. 

하지만 AI 기반 앱은 이 순서를 뒤집는다. AI가 데이터를 먼저 처리하고 생성하며, 템플릿은 그 흐름에 따라 유동적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구글의 제미나이처럼 AI가 실시간으로 추천을 제공하거나 대화 흐름을 주도할 경우, 인터페이스는 고정되지 않고 AI의 응답에 맞춰 바뀌는 것이 전제다. 

엘스를 만들며 AI와 대화하며 영어회화를 연습하는 기능을 구현할 때도 LLM 응답을 역이용해서 인터페이스를 바꾸거나, 혹은 좁은 컨텍스트 윈도우를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헷지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곤 했다.

디자이너로서 고려해야 할 디자인의 대상이 ‘인간 사용자’뿐 아니라 ‘AI가 사용자로서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까지 확장된 것이다. 앞으로 AI가 들어간 앱은 기획 구조, 데이터 처리, 인터페이스 흐름까지 모두 인공지능 친화적으로 다시 구상해야 한다는 걸 실감하게 되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미래는 이러한 흐름에서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AI 시대에 중요해지는 역량 1: 기술에 대한 이해

지난번에 잘하는 디자이너가 가진 6가지 역량에 대해 공유했다. 여기서 앞으로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해진다고 본다. AI 시대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역량으로 치환해 생각하면 “AI가 뭘 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질 거라는 말이다.

AI를 위한 제품은 디자인 프로세스도 완전히 다르다. 기존 디자인 프로세스는 사용자 문제 → 문제의 핵심 → 해결책 탐색 이 순서지만 AI를 위한 디자인은 거꾸로 가야한다. 여전히 사용자 문제를 해결하긴 하지만, 먼저 ‘이 기술이 지금 뭘 할 수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능력을 바탕으로 “이걸로 어떤 문제가 정말 가치 있게 해결될 수 있을까?”를 역으로 매핑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거다.

2019년 카네기멜론에서 진행한 NLP(언어 기반 AI)와 관련된 연구가 있다. 연구 과정에서 디자이너 절반은 문제부터 시작했고, 절반은 능력(capability)부터 시작해 두 그룹간 과정과 결과를 비교하는 연구였다. 능력부터 시작한 그룹이 일관되게 더 좋고, 실제로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문제부터 시작한 그룹은 너무 이상적이거나, 현실적으로 구현이 어려운 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이유는 AI의 능력이 너무 빠르게, 예측 불가능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LLM이라는 재료 자체가 아직 새롭고 계속 변하고 있다. 그래서 “이게 지금 뭘 할 수 있는지”를 항상 알고 있어야 하고, 거기서부터 “이걸로 지금 사람들에게 10배 더 나은 경험을 어떻게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블랙박스를 만들지 말 것, AI가 사랍들에게 해를 끼치게 하지 말 것 같은 기본 원칙도 중요하지만, 의외로 중요한 건 ‘뭐가 가능한지’에서 시작하는 사고방식이다. 직관과는 반대지만, 여기서 부터 시작하는 게 디자인을 풀어갈 때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LLM의 한계 

다만 제품 관점에서 느낀 건, LLM은 정말 강력하지만 모든 걸 잘하진 못한다는 거다. 우리도 “아, 이거면 이 문제 해결되겠네” 했다가 막상 구현해 보면 “이거 별로다. 이건 아니다” 싶었던 적이 많았다. 사용자들의 기대도 높아져 “AI니까 당연히 이 정도는 하겠지”라고 기대하는데 거기서 자꾸 걸리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 디자이너가 AI의 한계를 정말 잘 이해하고, 평가와 구현 과정 자체에 디자인이 깊이 개입하도록 하는 팀이 잘하는 팀이 될거라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 하긴 하는데, 우리가 원한 그 일을 하진 않는, 그저 그런 기능을 그냥 출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중요해지는 역량 2: 문제해결력

기술 이해가 ‘뭐가 가능한가’를 아는 거라면, 문제해결력은 ‘그걸 왜 하고, 그걸로 어떤 가치를 만들 것인가’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사용자의 문제를 이해하고,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팀과 함께 해결해나가는 과정 전체를 설계하고 탁월하게 해결하는 것”이 프로덕트 디자인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문제를 잘 정의하며, 유저와 데이터를 함께 보는 눈을 가지고 팀과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문제 정의를 잘 한다는 건 누구의 어떤 문제를 풀고 있는지를 끝없이 질문하고 답을 내리는 것이다.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에 깊이 관여할수록, ‘디자인이 작동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때 사용자 인터뷰, 사용성 테스트, 고객의 소리(VOC), 데이터 분석 같은 리서치가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유저가 예약 버튼을 못 찾는다"는 것은 그저 ‘현상’일 뿐이다. 진짜 문제는, 예약이라는 기능이 언제, 왜 필요한지에 대한 맥락이 사용자에게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혼란일 수 있다. 문제의 근본을 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실제 제품이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했는지는 디자이너가 가장 잘 아는 영역이다. 문제를 정의했다면 실제 이 문제를 해결했는지 판단하고 의사결정하는 것 까지(환경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적어도 시도하는 것까지가) 디자이너의 몫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사용자 경험을 추측이 아니라 데이터와 실제 목소리로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설문조사만으로는 부족하다. 인뎁스 인터뷰나 사용성 테스트처럼 맥락을 들여다보는 정성적 방법과, 퍼널 분석, 전환율, 리텐션 지표 같은 정량적 지표를 함께 살필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결국 넘나드는 사고를 하는 게 중요해질 것이다. 제품의 큰 비전과 방향을 설계하면서도, 실제 구현 가능한 방법은 뭔지 (디자인적으로, 기술적으로) 이해하고 디자인 해야한다. 그리고 그 거대한 비전을 풀 수 있는 단위로 쪼개서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게 바로 구조화다.

구조화의 중요성

앞으로 우리는 레퍼런스가 없는 제품을 만들게 될 것이다. AI 네이티브 제품은 전체로 보면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구조화 해서 바라볼 수 있다면 레퍼런스가 없는 문제를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는 문제로 바꿀 수 있게 된다. 새로운 걸 만든다고 매번 백지에서 시작하면 비효율적이다. AI 네이티브 제품도 쪼개보면 익숙한 패턴들의 조합이다. 구조화할 줄 알아야 속도가 난다. 

내가 레퍼런스를 찾을 때 쓰는 구조화는 간단하다. (1) 기능을 쪼개고, (2) 패턴을 찾아 매핑하고, (3) 우리 맥락에 맞게 다시 조립한다. 서비스를 기능 단위로 분해하고, 각 기능이 어떤 기존 패턴과 유사한지 매핑하는 것이다. 가령 앱을 켤 때 AI 대화 세션이 자동 시작되는 기획을 디자인 할 때는 재생되는 메타포와 비슷하다고 느껴 음악앱의 화면들을 살펴봤고, 홈 화면에서 학습지 카드를 보여줘야 할 때는 카드 UI를 담은 다양한 앱 화면들을 살펴봤다. 이 때 살펴봤던 UI는 꼭 교육 쪽의 앱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게임, 데이팅 앱 등 다양한 도메인에서 비슷한 형태의 동작을 하는 기능을 살펴본 것이다.

문제를 잘 정의하는 것과 그걸 풀 수 있는 단위로 쪼개는 것은 세트다. 큰 문제를 정의했으면, 이제 그걸 풀 수 있게 분해하면 된다.


AI 번아웃, 시장에서 원하는 디자이너

AI는 이렇게 제품을 만들고 표현하는 기존 구조를 완전히 흔들어놨다. AI 번아웃이라는 단어가 작년부터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이유다. 열심히 쌓은 모래성 위로 파도가 쓸려온 느낌이다. 주니어, 시니어 할 거 없이 “이제 뭐하지?”, “AI가 내 일자리 다 가져가는 게 아닌가?” 고민하게 되었다. 

2025년 창업한 팀을 운영하다보니 이제 팀에 사람이 많이 필요 없는 시기라는 게 실감난다. 팀원 한명이 얼만큼 벌고있는지 순위를 매긴 ‘Lean AI Leaderboard’ 같은 사이트를 보면, 초소형 팀이 수십억 원 규모의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공지능 덕분에 문제에 부딪히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배우며 스스로 성장 곡선을 만들 수 있는 여견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팀의 성격도 이전처럼 서로 비슷한 모양이지 않고 각기 다른 모양으로 뻗어갈 것 같다. 그래서 디자이너를 채용한다고 할 때도 아예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딱 맞는 특장점이 있는 디자이너를 찾게 될 것 같다. 

디자이너와 다른 직무와 경계가 더 흐려질 것 같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는 디자인 엔지니어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늘어났다. 나도 우리 팀에서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모든 업무를 하고 있다. 기술이 제약을 없애 업무의 롤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이너의 역할이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는 시대다. 앞으로는 다수의 디자이너를 채용해 일을 나누기 보다, 산업과 제품 전반을 이해하는 시니어리티가 있는 소수의 디자이너를 찾는 움직임이 더 대세가 될 것 같다. 그런 디자이너는 제품과 팀의 구조를 잡고 괴물같은 속도로 필요한 내부 도구를 구현하거나, 혹은 디자인 외 여러가지 다른 일들을 병행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이 꽤 성취감 있고 재밌을거다.

오래 일한 시니어들은 이런 변화에 정체성이 흔들린다. AI가 뭔지도 잘 모르겠는데 꼭 써야한단다. 비주얼 디자인, 속도 등 원래 내가 잘 하는 영역이라고 보이는 점들을 당돌한 신입들이 금방 배우고 일을 가져가는 것만 같다. 이런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직접 한번 해보는 걸 추천한다. 오래 해볼 필요도 없고 주말 날 잡고 몇시간만 해보는 거다. 바이브 코딩을 직접 하면 디자인이 슬롯머신 땡기는 것 처럼 뚝딱 나온다. 이미 어느정도 디자인 경력이 있기에 이 경험이 꽤 재밌을 거라 생각한다. 하루 20분만 놀아보자. 뭐가 재밌는지 찾아보는 거다. 이제 모두가 새롭게 배우는 시기가 될 거다.

주니어 디자이너에게도 가혹한 환경이 될 것이다. AI가 잘하는 영역이 넓어질수록, 디자인 초반에 맡기기 쉬웠던 단순 업무들은 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주니어 디자이너는 실무 경험을 충분히 쌓기도 전에 “어떤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가?”,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상위 레벨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디자이너에게는 더욱 더 ‘틀을 깨는 사고’가 중요해졌다. 회사가 시키는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다.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묻고, 주도적으로 문제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대다. “나는 어떤 문제를 풀고 싶은가?”, “이 시대에 나는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려는 디자이너에게 AI는 위협이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동료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AI 시대의 제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자꾸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까”까지 이야기가 흘러가게 되는 것 같다. 이 기술 변화가 모두에게 맞는 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히스토리를 보면, 80~90년대 컴퓨터가 그래픽 디자인에 들어왔을 때도 칼로 자르고 붙이던 디자이너 중 “이건 내 길이 아니다”라고 느낀 분들이 있었다. 모두를 붙잡고 설득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호기심이나 관심이 크지 않다면 이 변화는 정말 힘들 것 같다.

최근 내 주변에는 갑자기 뜬금 없는 분야로 전직한 사람들이 생겨났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AI 때문에 크게 변화되는 시대를 바라보다가 진짜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됐고, 그래서 지금 일을 그만두고 도전을 하게 됐단다. 

요즘은 전통적인 커리어, 정규직 직장생활이 점점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어느 회사에 다닌다”보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고, 어떤 문제에 시간을 쓰고 싶은지”가 중요해진다. 그래서 이 일을 왜 하냐는 질문은 곧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나는 어떤 가치를 좇고 싶은가?”라는 질문이랑 같다. 이걸 생각해보지 않으면, 하드스킬이 아무리 좋아도, 돈이 좀 벌려도 허무해질 수 있다.

디자인 과를 졸업했다고 꼭 디자이너로 일하지 않아도 된다. 10년간 엔지니어였다고 꼭 엔지니어로 일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시대에는 오히려 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살고 내 발자취를 잘 남기는 게 더 당신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바운더리가 없어진 지금 시대에 사람들이 도전을 더 많이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AI 네이티브 제품을 만들면서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이 아주 많았다. 드디어 언어화 하고, 정리할 수 있어서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든다.

덧1) 생각을 정리하게 도와준 다양한 인풋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진화> 관점으로 발표한 앤드루 카파시 전 테슬라 AI 이사의 최근 강연이다. 강력 추천한다. 꼭 강연을 살펴보고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 보길 바란다.

덧2) 우리가 만드는 영어회화 앱 엘스(Else)가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 인스타그램 채널 링크를 놓고간다. (다운로드 & 팔로우 해주세요 😙)

AI 시대,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살아남기

AI 네이티브 제품을 1년 가까이 만들면서 들었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