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험이나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이를 공개하는 건 스스로에게 엄청나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너무 어렵다. 처음 허들이 높고 잘 하게 되는 과정도 어렵다. 쉽게 하려면 시스템과 수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10년에 걸쳐 천천히 차곡차곡 이걸 해왔다. 
시스템을 만들었던 과정,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테크트리

그동안 회사 테크블로그 → 텍스트로 디자인 리뷰 → 강연 → 토스 팀 내 커뮤니티 활동 → 인스타그램 → 인스타툰 → 유튜브 → VOD 강의 순으로 생각을 표현해왔다.

처음에는 사내 블로그를 통해 내 경험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았지만, 널리 퍼지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업무 중에 서로의 디자인을 리뷰하는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법도 배웠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던 회고 관련 글

그 후 강연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내 생각을 전달하는 즐거움을 경험했다. 특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며 오프라인에서 직접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때부터 더 적극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하게 되었고, 온오프라인 행사 티켓을 판매하는 플랫폼을 창업하기도 했다.

최초로 대중 앞에서 강연했던 2018년 비핸스 포트폴리오 리뷰

토스에 입사한 후에는 너무 바빠서 외부 활동보다는 회사 안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며 기록을 남기려고 노력했다. 외부 활동은 줄어들었지만, 내부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을 통해 계속해서 내 경험을 쌓고 공유했다.

제일 즐겁게 썼던 사내 블로그 글

그러다 2022년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다시 외부와 연결되기 시작했다. 특히, 인스타툰을 통해 글과 그림을 결합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다. 만화는 전달력이 높아서 더 쉽게 내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고, 이 과정이 매우 재미있었다.

마지막으로 유튜브와 VOD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떨렸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영상 매체가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영상 콘텐츠가 내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느끼고, 이 방향으로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해당 콘텐츠의 내용을 글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방식이라 생각해 여러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

첫 VOD 강의를 내보낸 인프런

얻은 것들

얻은 것들도 정말 많다. 영향력과 인지도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지금 같이 일하는 공동 창업자 한 분이 우리가 같은 회사에서 일하기 전에 나를 알고 있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스포카에서 회고와 관련된 글을 썼던 걸 보고 나를 알고 있었단다. 인지도가 높으면 조금 더 편하게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간은 강의와 플랫폼 기고로 의미있는 수익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표현하는 행위를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정리가 되고 이게 명시지화 된다는 거다. 암묵지를 가지고 있던 것들이 조금 더 명시적으로 꺼내지면 나중에 활용하기 아주 편리해진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거나 토론할 때도 유리해진다. 

시스템을 만들고 수련하기

글의 도입부에 시스템에 대해서 언급했다. 내 경험과 생각을 표현하는 건 시스템과 수련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가장 빠르게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피드백 루프를 만드는 것이다. 피드백 루프가 내 시스템의 핵심이었다. 

이 피드백 루프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 수 있다. 내가 활용했던 피드백 루프는 테크 블로그에 글 쓰며 동료에게 피드백 받기, 작은 규모의 그룹에 레슨런 공유하기, HOC (High Output Club) 같은 커뮤니티 들어가서 피드백 받으면서 콘텐츠 발행하기 등이 있다. 이것도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 의지가 적다면, 강제력을 주는 방식도 있다. 스포카에서 테크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언제까지 XXX 주제의 글을 쓰려고요!” 라고 선언하고 동료들에게 셀프 압박을 받았다. VOD 강의는 런칭 일자를 정해두고 세 명이서 같은 데드라인으로 만들었다. 직접 뉴스레터를 운영하며 정기 발행 일정과 구독자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돈을 내고 하는 챌린지 프로그램이나 숙제 등을 부과하는 모임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슷한 동기가 있는 분들과 모일 수 있고 함께 하다보면 동기도 올라가는 경험을 했다.

수련의 과정도 거쳤다. 업무중에 디자인 리뷰를 하는 걸 꽤 긴 기간 동안 진행했다. 디자인을 하고 리뷰를 댓글로 받는 거였는데 꽤 빡세서 비유하자면 헬스장에서 PT를 받는 것과 비슷한 경험이었다. 당시에 내가 가진 생각이 표현이 잘 안되어서 힘들었다. 리뷰는 글로 하다가 말을 섞어서 하기도 하고 데일리 스크럼 처럼 말로만 하기도 하고 여러 이터레이션을 돌았던 기억이 난다. 답답한 과정을 뚫어내는 걸 팀원 분들과 함께 하며 글 쓰는 근육이 많이 늘었다. 

또 다른 체력 증진의 경험은 한달간 1일 1포스팅을 한 것이었다. 2023년 초에 했는데, 콘텐츠를 발행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퀄리티도 같은 시간 대비 훨씬 좋아진 게 느껴졌다.

시작하기

하지만 다른 것 보다 시작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거다. 내 생각과 흔적을 남기길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가? 당신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작년엔가, “요새 개나소나(?) 뉴스레터를 퍼블리시한다”며 고깝게 보는 트윗을 본 적이 있다. 보자마자 확 두드러기가 났다. 할 수 있겠다는 마음, 하고 싶다는 건 아주 소중한건데… 격려하고 물을 주기에도 모자란데 자꾸 싹을 밟아버리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싹을 밟아 앞으로 못 가게 하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2022년에 꽤 오랜 공백을 깨고 첫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흔한 한국 직장인이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라 별 내용 아니었는데 올리는게 왜 이렇게 떨리고 긴장이 되던지… 그걸 깨고 앞으로 나갔기 때문에 발전도 있었다고 본다.

요새 면담자의 동기를 올려주는 대화 기법인 “동기면담”을 배우고 훈련하고 있다. 동기면담에서 DARN이라는 개념이 있다. 사람들이 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나오는 발화를 “변화대화” 라고 한다. 그 변화대화의 cue가 네 가지가 있는데 열망(Desire), 능력(Ability), 이유(Reason), 필요(Need)라는 거다. 내담자가 이야기를 하다가 “하고 싶어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할 이유가 있어요.”, “할 필요가 있어요.” 라는 발화를 하면 면담자는 그 시점을 놓치지 말고 그걸 최대한 언급하며 그 동기를 올려줘야한다는 내용이다. 의지와 변화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게 너무나도 특별하고 소중하기 때문이란다.

요세미티에서 글을 쓴 걸 남기고 싶어서 찍은 사진 😁

우리는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 당신도 그렇다.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모여보자. 오늘 할 수 있는 표현을 해보자. 용기를 가지고 조금이라도 표현해보면 주변 세상이 달라지게 된다. 그걸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면 좋겠다.

10년 동안 쓰다보니 알게 된 것들

10년에 걸쳐 내 생각을 표현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던 과정을 정리해본다. 소중히 쌓아온 경험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거라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