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에 봤던 “The 5 habits of the best designers” 라는 글이 있다. “Why Design Is Hard”라는 Substack을 운영하는 Scott Berkun이 쓴 잘하는 디자이너의 습관 5가지에 대해 설명했다. Substack 제목부터 글 전반 까지 크게 공감하며 읽었다. 나는 종종 “잘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말로는 설명해왔지만, 글로 정리 해두고 싶어 쓰는 글이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잘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완벽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잘하는 사람이라기보다, 몇 가지 중요한 축이 고르게 쌓여 있는 사람들이었다. 반대로, 이게 하나라도 크게 부족하면 그에게 “잘한다” 라는 말을 하기 어렵다. 

다음 여섯 가지 축이 있다. 
1. 사용자에 대한 이해
2. 기술에 대한 이해
3.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4. 문제 해결력
5. 심미성(미적 완성도)에 대한 이해
6. 커뮤니케이션 스킬

이 글은 각 스킬을 깊게 파고드는 글은 아니다. 대신, 이 스킬을 가진 사람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아,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느낌적으로 떠올릴 수 있도록 정리해보려 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사용자에 대한 이해 - 말과 행동 너머의 전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사용자가 누구이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잘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파악해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무슨 말이냐면, 사람들이 생각을 말할 때 그것이 사실이 아닐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그들이 하는 말 너머의 전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행동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 행동이 왔던 이유를 알아내는 일은 디자이너가 항상 해야하는 일이다.

단 하나의 마법 같은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없다. 사람들의 행동을 알아내야 하는지, 아니면 사고방식이나 생각을 알아야하는지에 따라서도, 양적/질적 조사가 필요한지에 따라서도 굉장히 다양한 리서치 방법론이 있다. 실무에서는 보통 다양한 유저 리서치 방법론을 적절하게 섞어서 쓰게 된다. 

유저 리서치 방법론을 어떤 상황에서 써야하는지 설명해놓은 도표. 정말 많은 방법론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알아낸 정보들을 엮고 꿰어 팀에 사용자의 보이스를 전달하는 것도 디자이너의 역할이 된다. 

기술에 대한 이해 - 무엇이 구현 가능한지, 무엇이 비효율인지 아는 능력

대부분의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테크 기업에서 일한다. 그래서 디자이너에게 기술에 대한 이해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에 가깝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이란,
프로덕트가 어떤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방식이 구현 가능한지
에 대한 이해다.

뭔가를 만들려고 할 때 그걸 어떻게 만들지 방법을 알아야하는 것 처럼 디지털 프로덕트도 마찬가지다. 만드는 사람이 디지털 제품이라는 게 어떻게 구성되어있고, 어떤 방식으로 만드는지 이해하고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현실적인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뭐가 가능하고, 뭐가 불가능한지 알아야 한다. 팀은 함께 돌아가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제안하면 안된다. 이론적으로는 거의 모든 것이 구현 가능하다. 하지만 팀이 돌아가는 방식에는 효율이라는 게 있다. 말도 안 되게 비효율적인 제안은 결국 팀과 제품을 힘들게 만든다.

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구현해보는 것이다. 개발하는 디자이너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요즘은 LLM과 바이브코딩으로 실제 동작하는 프로덕트를 쉽게 만들 수 있다. 꼭 직접 구현하지 않더라도 개발자에게 계속 질문하고 공부하며 제품의 기술 구조를 익힐 수 있다. 

팀에서 다양한 플랫폼, 다양한 도메인의 프로덕트를 많이 구축할 수 있다면 그것도 이해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나도 2019년 토스 인터널 사일로 에서 1년 동안 50개의 프로덕트를 내보냈어야 했을 때가 있었는데 실제로 이 때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무척 높아졌던 경험이 있다.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 - 왜 이 일을 하는지 사업적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는 산업을 넘어 돈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다. 사회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아는 능력까지 이어진다.

같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회사가 속한 산업군에 따라 이 일이 끼치는 임팩트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콘텐츠 비즈니스 같은 경우에는 디지털 제품이 비교적 덜 중요하다. 콘텐츠의 양이나 질이 더 중요한 곳에서는 제품 디자인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건 메인 비즈니스가 아니다. 리더들은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힘을 안 준다. 그걸 모르고 "우리 회사는 왜 제품이 안 중요하냐, 디자인에 더 신경 많이 쓰고 제품 많이 이터레이션 돌리고 싶다” 라고 하면 환영받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잘 팔리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사업의 핵심은 단순하다. 사람들을 잘 데려오고, 그들에게 돈을 받는 방법을 이해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잘 데려오는 방법도 수천수만가지가 있다. 그들에게 돈을 받는 방법도 꽤 여러가지가 있다. 이 방법들을 잘 이해하고 실제 우리 팀과 제품에 적용이 가능한 방법을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비즈니스 이해의 또 다른 한 축이라 본다.

이 구조를 이해하고 있느냐 없느냐는 디자이너의 판단과 행동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그래서 좋은 디자이너가 된다는 건, 어쩌면 작은 창업가가 되는 것과도 비슷할 수도 있다. 

문제해결력 - 왜 이 문제를 푸는지 명확하게 알고, 솔루션을 논리적으로 정의하는 역량

문제 해결력은 
왜 이 문제를 푸는지 이해하고,
그 문제에 공감하고,
논리적으로 해결책을 만드는 능력
이다.

이 과정에는 
가설을 세우는 능력,
구조화하는 사고,
문제를 작고 단순하게 쪼개는 능력,
창의적인 솔루션을 도출하는 능력
등이 포함된다.

이 문제 해결력에 대한 내용만으로도 너무 방대해서 이 내용으로 책을 써도 한권이 다 쓰여진다. (집필 중인데 올 상반기 중 출간 예정이다 🙂) 이 주제는 인프런에서도 별도로 더 길게 다루고 있다.  

미적 완성도에 대한 이해 - 아름다운 것을 알아보는 눈

아무리 논리가 완벽해도 미감이 부족하면 결과물은 설득력을 잃는다. 

미적 완성도에는 
UI 디자인 완성도,
그래픽 에셋,
타이포그래피,
디테일의 매끄러움,
이 모두가 포함된다. 

나는 여기에 제품을 구성하는 문구 즉,  UX 카피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문구 하나하나 역시 디자인의 일부다. 어떤 단어를 썼는지, 어떤 톤으로 작성했는지 등이 사용자에게 매끄럽게 잘 닿게 만드는 것도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좋은 디자인을 알아볼 수 있고, 아름다운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 이건 훈련이 필요한 감각이다. 인풋이 많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이것을 위한 인풋은 꼭 디지털 제품이 아니어도 좋다. 좋은 것을 보고 듣고 생각하고 접하는 것. 그리고 분석하고 느끼는 것. 틈날때마다 조금씩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커뮤니케이션 스킬 - 일이 ‘되게’ 만드는 소통 능력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디자이너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전진감과 안정감을 준다. 

전달해야하는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맥락과 근거를 잘 제시한다.
커뮤니케이션을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하며,
불필요하게 감정적이지 않다. 방어적이지도, 공격적이지도 않다.
질문도 잘 하고, 어떤 포지션의 사람이든 잘 소통한다.
상대를 보면서 그 사람에게 맞는 언어를 선택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사람들과 일하면 일이 ‘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팀이 재밌고 즐겁게 일할 수 있게 에너지를 받고, 힘이 나게 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역량이 가장 글로 정리하기 어려운 영역인 것 같다. 암묵지가 많고 상황마다 굉장히 다르게 전달해야해서 인 것 같다. 언젠가 잘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세상은 디자이너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이미 이 글만 봐도 알지 않는가,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것을) 모호한 피드백을 줄 수 밖에 없다. 세상이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외롭고, 힘든 순간들도 많을 거다. 근데, 설상가상으로 구할 수 있는 양질의 피드백이나 정보는 별로 없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의 키워드가 누군가에겐 힌트가 되면 좋겠다. 채울 수 있는 스킬은 빨리 훈련해서 채우고, 지금의 환경에서 충족이 안되는 것들을 알아차리고, 팀 내부/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은 도움을 요청하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 실행해보고, 조정해가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찾고, 가닥을 잡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좋은 디자이너가 되는 건 왜 이렇게 어려운가

잘하는 디자이너가 가진 6가지 역량